장르와 국경을 넘어 도달한 초월적 사운드의 시공간하우즈 카스 커넥션(Hauz Khas Connection)은 동서양의 문화와 교차하고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땅 인도에서 결성됐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인도나 한국 전 세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버클리 음대 출신 재즈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은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인도 정상급 사랑기 연주자 슈하일 유세프 칸(Suhail Yusuf Khan)과 만났다. 한국의 재즈 연주자와 인도의 사랑기 연주자는 서로의 음악을 자신들의 악기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를 각각 인도와 한국에서 진행한 이후 두 사람은 꾸준히 음악적인 교류를 나누며 나라와 배경, 장르를 넘어 ‘음악’이라는 공통어를 만들어보자는 합의에 도달, 곧바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타블라 연주자 비샬 나가르(Vishal Nagar)를 영입한다. 세 사람은 각각 서울과 델리, 캘리포니아에서 이메일을 통해 수십 개의 스케치 연주 파일들을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곡 작업을 진행했고, 마침내 인도 델리의 하우즈 카스 지역에서 모여 역사적인 첫 합주와 녹음을 거쳐 그 첫 앨범 [MILAAP]을 완성하였다. 하우즈 카스의 첫 번째 정규 앨범 [MILLAP]은 ‘함께한다’라는 의미의 힌디어이다. 그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인도 전통 선율인 라가(raga)와 재즈의 교집합, 혹은 한국의 전통음악과 인도의 전통음악의 퓨전이라는 단순한 시도에 머물지 않는다. ‘한오백년’(500 years)과 ‘Ghandi’s Song‘과 같이 한국과 인도인들에게 익숙한 전통 선율에서 그 테마를 빌려온 곡들도 원곡의 정서만을 남겨놓은 채 온전히 새롭게 재해석을 시도했다. 재즈를 기반으로 한 ‘Alone at Paharganj’, 타블라 연주를 기반으로 한 ‘7-9-11-7’ 라가를 기반으로 한 ‘Rain Longing’나 ‘Indian Afternoon’ 등에서 하우즈 카스의 색소폰은 재즈 화성을 고집하지 않고 사랑기는 라가에 의지하지 않으며 타블라는 인도 고유의 리듬인 탈(Taal)에 집착하지 않는다. 또 ‘Rain Longing’에서는 가장 서구적인 화성을 만들어내는 스트링 퀄텟을 이용해 섹소포니스트 신현필이 직접 편곡하여 녹음하는 한편 ‘7-9-11-7’에서는 가장 현대적인 사운드인 일렉트로닉 요소까지 흡수하는 대범함까지 보인다. 하우즈 카스가 이 같은 극단적인 실험을 단순한 물리적 재구성이 아닌 화학적 결합 수준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이 팀의 멤버들이 장르가 아닌 자신의 연주 테크닉과 수세기를 걸쳐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된 악기 고유의 울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하우즈 카스는 소위 장르적 문법이란 결국 음악을 표현하기 위한 단순한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하우즈 카스 커넥션을 재즈 혹은 인도 전통음악, 심지어 월드뮤직으로 단순히 카테고리화 시킬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재즈와 인도 전통음악이라는 전혀 다른 음악적 뿌리를 가진 세 사람이 가진 유일한 공통점은 연주 자들이 즉흥적으로 합을 맞추는 소위 잼(Jam)을 기본적인 연주형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세 사람이 서울과 델리,캘리포니아라는 물리적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었고 그들이 함께 녹 음을 진행한 후의 일련의 작업들은 인터넷이라는 초월적 시공간 도구가 없었다면 기획조차 될 수 없 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탄생한 하우즈 카스의 음악이 연주자들의 열정으로 성장해 우리가 사 는 물리적 세계에 도달했다. 이들의 음악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이냐는 흥미로운 질문을 리스너들에게 던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