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균 1집 [달동네]도깨비 시장 초입의 통닭집에서 닭을 튀긴다. 다리는 제일 먼저 넣고 제일 나중에 꺼낸다. 날개는 제일 나중에 넣고 제일 먼저 꺼낸다. 한참 신기해하다 아저씨가 봉투에 담아준 통닭 한 마리를 들고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오는 길에 소주도 몇 병. 올 1월부터 정균이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오징어 다리나 김, 통닭 같은 안주를 주섬주섬 챙겨 술 한잔 하다 잠드는 일이 늘었다. 빠지지 않는 첫 번째 정규앨범 이야기.처음에 정균이는 밤에 대한 이야기로 앨범을 채우고 싶어 했다. Midnight Picnic, 밤이라 그래, 밤 새운 이야기. 기차도 원래 밤기차를 염두에 두고 썼다. 설렘으로부터 쓸쓸함으로 회귀하는 밤의 이미지를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속성으로 삼고 싶어 했다. 흔들리는 그네와 잠들지 못한 채 흘리는 눈물이 함께 자리한 앨범. 정균이는 그런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곡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밤’이라는 단어에 대한 집착이 도리어 이 앨범의 어깨를 기울게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나 보다. 주제를 제한한다는 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관을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정균이는 '밤'을 내려놓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곡을 병치시키기 시작했다. 밤 새운 이야기가 있으면 밤새 운 이야기가 있고, 알람시계가 있으면 태엽시계가 있다. 머묾의 상징인 집 뒤에는 떠남의 상징인 기차가 등장한다. 이러한 방식이 어두운 쪽으로만 기울어지려 하는 정균이의 마음을 붙들었다.이번 앨범 속 그의 목소리는 그가 앞서 김거지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두 장의 EP에서 보여줬던 절규에 가까운 외침(독백이나 때에서 등장하는)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고 정제된 목소리에 가깝다. 절규 뒤에 오는 쓸쓸함과 그로부터의 회복이 서서히 그 안에 자리한다. 이전의 거지가 대상에 거리를 두지 못하고 대상을 붙잡고 절규했다면, 이번의 정균이는 대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대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타이틀곡 야경에서 그가 옥상에 앉아 그래 괜찮아 중얼거리며 생각하는 '너'는 공기와 풍경에 섞여 인식되는 너다. 너의 부재가 공기와 풍경을 낯설게 하고, 너의 존재가 그것을 익숙하게 한다. 그 공기와 풍경 속에서 '나'는 포개지지 않는 익숙함과 낯섦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게 된다.김정균 1집 [달동네]는 겹쳐지지 않는 것들, 그로 인해 생기는 거리, 그 거리가 이루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너와 나, 표정과 마음, 물듦과 시듦, 과거와 지금, 떠남과 머묾. 겹쳐지지 않는 것들은 태엽을 감아 시간을 맞춰(태엽시계 中)도 여전히 어긋나있다. 이 어긋남으로 인해 거지는 내 마음 안아줄 곳(집 中)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리고, 방황하는 그 길에 서서 모든 게 흘러가고 변해가도 마음에 그대로 남아있는 오지 않는 누군가(러버서울 中)를 기다린다. 기다림의 장소에서 먼 곳의 반짝임과 가까운 곳의 어둠을 들추며 노래를 뱉어내는 일, 정균이가 한 해 동안 한 일이다.내가 아는 정균이는 달에서 동네를 향해 노래하는 사람 같기도 하고, 동네에서 달을 향해 노래하는 사람 같기도 하다. 지친 도시인 같으면서도 도로 한복판에서 오두막을 짓고 수박을 먹고 있는 순박한 시골 소년 같기도 하다. [달동네]에는 김정균이라는 한 사람이 만드는 두 모습 사이의 거리, 그리고 그 거리가 이루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 사람 안의 두 세상의 풍경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고 사는 달동네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서 앨범 이름으로 붙였다.오랜 준비 끝에 이제 첫 숨을 뱉는 김정균 1집 [달동네]가 부자들에게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그 둘 사이 등짝 같은 사람들에게도 흔들리는 빛이 되길 빈다.반거장에서친구 반기훈